통번역 대학원 입시생의 학습량
합리적인 입시 준비 기간에 대한 글을 썼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입시 준비 기간에 얼마만큼의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 입시 학원을 다니면서 가졌던 질문이고 당시 스터디 파트너들과 저의 사부님이신 신동표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다음은 당시 들었던 학습량입니다.
(당시에는 통번역을 모두 준비해야 했던 것을 감안하시고 보시기 바랍니다.)
1. 매주 이코노미스트지, 타임지, 뉴스위크 중 하나를 읽는다.
2. 매일 영자 신문 하나를 읽는다.
3. 학원 수업 (일 3시간-주 4회)을 듣는다.
4. 학원 수업 자료 (10장 이상 분량)를 철저히 복습한다.
5. 스터디를 매일 2-3시간 한다.
6. 영어 방송 (뉴스 등 시사 프로)을 최소 30분(2시간 권장) 이상 본다.
7. (당시) 객관식 1차 시험 대비 문제 풀이 연습을 한다.
8. 매일 한국어 신문을 본다.
9. 한국어 시험 대비 사자성어 및 한국어 문법/어법을 공부한다.
10. 가능하면 영어 소설 최소한 하루 30분 정도 읽는다.
11. 위의 공부를 하면서 나오는 영어 단어 약 300개를 매일 외운다.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모두 눈만 껌벅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는 우리에게, “여기서 단어 300개는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고, 실제 300개…”라며 잔인하게 끝을 맺으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스터디 파트너 넷이 모여서 저 양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봤습니다. 아무리 적개 잡아도 20시간은 나오더군요. 결론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아마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자극을 주기 위해서 좀 과장하신 것은 아닐까라고 나름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합격을 한 그 해 한해 동안 저 가운데 약 70-80%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를 입시 준비에 쏟아 부었던 것 같고요. 한 해를 바둥거리며 정신 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험날이 왔고, 어찌어찌 해서 들어간 것 같네요.
이후 졸업을 하고 십 수년을 입시 지도를 하면서, 신동표선생님의 답변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통역대학원을 당해 년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 정도의 양을 소화하는데 부담이 없는 실력을 가진 상태이고,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즉, 저 학습 목표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능력의 문제였던 것이지요.
통대 1학년 한국어 시간에 기본 과제가 매주 시사저널을 정독하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매 시간 그 주의 시사저널 내용/표현 관련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였습니다. 부담은 되었지만, 오가며 지하철에서 보면 몇 시간이면 정독이 가능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말에는 익숙한 상황인 것이었겠지요.
한편, 매주 이코노미스트지를 정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어떤 분은 한 달을 이코노미스트만 봐도 1부를 다 읽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대학까지 마친, 시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우리가 시사저널 읽듯이 몇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타임지를 처음 접했습니다. 도서관에서 하루 작정하고 읽었는데요, 한 4페이지 읽으니 해가 지더군요. 노트에는 새로운 단어가 수백 개가 적혀 있고요. 통대 들어가던 해에는 타임지를 매주 거의 80%에서 100%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일단 통번역 대학원 입시생의 학습량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최대한 모든 가용 시간을 사용해서…”라고 해 두겠습니다. 대부분의 입시생들에게 통번역대학원 합격이라는 것은 여유 있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쳇말로 “가랑이 찢어지게” 하다가 바둥거리다가 들어가는 상황인 것입니다.^^